정실 칼럼

길동무창가에서 쓰다

관리자
2026-07-09
조회수 27


260414창가에서 쓰다



길동무 글쓰기모임 '창가에서쓰다'가 시작됐다. 첨엔 이범의선생님께 지도 요청하며 독서모임을 제안했는데, 선생님은 글쓰기모임이 정서회복과 성장에 더 좋다고 하셨다.
북향민들의 자서전을 차례로 출간하고싶다는 마음의 바램이 있있기에 마침 이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우리 북향민들 자서전 저술에 좋은 촉진제가 되길 기대하게 됐다.
언제나처럼 내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좋겠지하고 시작된 이 모임이 지금은 내게 가장 큰 유익을 주고 있다. 첫시간에 글쓰기강사 범의쌤이 추천한 '글쓰기의최전선' 한 꼭지에 기록된 전태일을 만나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글쓰라는 권유는 많이 받았지만, 모든 면에서 애매한 경계에 있는 내가 당체, 쓸 깜냥되는 영역이 있을까 늘 주저되고 혼란했다. 그런데 전태일의 기록을 보면서 어쩌면 나도 그처럼... 내 영역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습작을 많이 해야한다는데... 나는 성실하고 꾸준한 게 진짜 힘들다.(소싯적 친구들은 내가 교회를 꾸준히 다니는 것에 놀라워할 정도였다. 교회에 뭐가 있긴 있나봐라며ㅋㅋ) 자기조절력과 절제능력이 매우 뒤떨어진다. 이런 나를 잘아는 친구들은 내가 애 셋을 길러야했던 이유가 있다며, 주님이 너무 잘 아시고 기초훈련을 시키신다고 했다. ㅋ 그런 내가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여전히 의문이다. 



글쓰기모임 첫과제로 형식소재분량 자유글을 올려야했는데 늘 그렇듯 벼락치기로 마감 전에 겨우 짧은 글을 작성했다. 산적한 일감들을 외면, 산란한 머릿속을 부여잡고 그래도 잠시 집중을 한 나를 칭찬~



  [ 260412 나만의 창가에서 쓰다 ] 



   글쓰기 숙제가 주어지고, 한주 내내 머릿속에 무수한 글감들과 줄거리들이 지나갔다. 그러나 좀처럼 실체로 다가와 내려앉지 않고, 혹하여 헤매는 나를 희롱하듯이 스쳐 갔다. 
   나는 시와 소설을 무척 좋아했는데,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지탱해주었던 큰 힘도 소위 문학이라는 것들에서 왔다. 그런데 십대 후반에 크리스천이 되고 나서는 인문학적 사유와 지식이 신자의 순전한 믿음에 해악이라도 되는 양, 그런 이분법적인 세계관 속에 흡수되고 나서는 시나 소설을 멀리하게 되었고, 좀처럼 굳어진 시야를 어쩌지 못한 채 어물쩍 십수 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세 아이 육아를 비롯하여 힘에 지나도록 학업과 다양한 활동들을 겸하면서 심신이 소진되는 느낌이 빨라졌다. 최근에야 다시 바쁜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소설을 읽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는 박완서. 그 가독성에 매료되었다. 타고난 글쟁이라는 느낌을 주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고 그녀 같은 글쟁이의 작품을 뒤지는 재미도 만만찮다. 최근에 읽었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한 번 잡으니 책을 내려놓지 못할만큼 재미나게 읽었는데, 줄리언 반스 그도 미쳤다. 미친 글쟁이. 넘사벽 재능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왜 욕이 나오는 것일까. 흠흠~
   타고난 글쟁이들이 주는 재미와 통찰이 얼마나 큰지, 매료되고 흠모하며 나도 그 언저리 발꼬락이라도 담글 수만 있다면! 싶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넘사벽 글쟁이들 엿보며 대롱대롱 매달려 할딱할딱 숨쉬기도 버겁다가 아차, 다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뭉개는 그런 시간을 끝내고, 내가 써 내려갈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찾고 싶다. 
   이범의 선생님께 독서모임 해보자 할 때 글쓰기모임이 더 좋다 하셨고, 글쓰기모임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우리 북향민들의 자서전 습작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거니 하는 바램에 시작했다. 첫 시간에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전태일을 잠시 만나고 나는 내가 써 내려갈 수 있는 무엇인가를 그의 모습에서 찾은 것도 같다. 아직은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되었으니 가다 보면 길이 더 보일 것 같다. 
   나는 잘 쉬지 못한다. 드라마보며 멍때리기도 하고, 그저 드러누워 있기도 하지만 잘 쉬었다는 느낌을 좀처럼 가지지 못한다. 항상 아쉬운 무엇인가가 남아있다. 그게 무엇인지 늘 궁금했지만 여태 모르고 지낸다. 나만의 창가에서 쓰면서 어쩌면... 비로소 좀 쉼이라는 것을 간직할 수 있게 되려나... 싶은 그런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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